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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화가,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를 만나다 Vol.1

별 보는 화가,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를 만나다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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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붙잡는 일> 전시를 진행 중인 김선우 작가와 알쓸인잡 화제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두 사람의 삶과 우주에 대한, 조금은 색다른 대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푸른 밤하늘과 도도새가 함께한 화가와 천문학자의 시공간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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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NASA에서 불특정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음악추천을 공모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채택된 음악들은 그 해 우주인들의 플레이리스트가 될 예정이었죠. 한창 천문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던 때여서인지 우주탐사의 작은 일부분이라도 되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던 기억입니다. 날 대신하는 무언가를 아주 멀리 쏘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자유에 대한 기대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어떤 음악을 적어냈더라…. 세월이 지나 천체망원경을 팔고 프로젝트에 참여 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적어냈던 곡의 존재가 떠오르게 된 것은 우연한 순간이었습니다. 김선우 작가의 에세이 ’꿈의 지도’에 담긴 드로잉이 버튼이 되어 불현듯 별과 꿈에 대한 추억을 재생했어요.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와 쇼팽의 ‘Nocturne No. 7’. 우주에 보낼 분신을 고심했던 그때의 마음으로 오랜 스승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별과 꿈에 대해 특별한 그림을 그리는 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하고 말이죠. <별을 붙잡는 일> 전시를 진행 중인 김선우 작가와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를 모시고 우주와 인생의 ‘별’에 대한, 조금은 색다른 대담을 진행하였습니다. 푸른 밤하늘과 도도새가 맞이한 김선우 작가의 작업실. 프리지아꽃처럼 드리운 두 사람과의 시공간을 공유합니다.





별을 보는 사람들


김선우(이하 김): 사실 박사님이 오신다고 해서 정말 설렜어요. 천문학자라는 직업은 어려서부터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심채경(이하 심): 천문학자의 어떤 면이 동경심을 불러일으켰을까요?

김: 제가 88년생인데 당시 거의 모든 아이들의 꿈이 과학자였어요. 어릴 때 많이 읽었던 책이 대부분 과학에 관련된 책들이었고요. 우주에 관심도 많고 과학 상상화 대회에 나가면 항상 상 받아오고. 지금도 생각나는 게 주말마다 망치를 들고 밖을 돌아다녔어요. 광물도감을 보고서 돌을 막 두드리고 다녔던 거예요. 그걸 보고 부모님도 얘가 이공계로 가겠구나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중학교 올라가면서부터 제가 수학, 과학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웃음)

심: 재밌네요. 저는 작가님과는 반대로 과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수학도 그다지 잘 하지 않았고요. 제가 이 분야에서 깨달은 것은 생각보다 수학, 과학을 못해도 괜찮다는 거? 과학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어린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래서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두려움이 있었어요. 망원경도 한 번 본 적 없는 상태로 학교에 와보니 어려서부터 천체관측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위축된 시기도 있었죠. 그 친구들이 탐구하고 경험해온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결국엔 끝까지 버티는 자가 남는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계속했더니 직업이 되어 있었어요.

김: 어릴 때부터 별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특유의 낭만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보는 별빛은 모두 옛날이야기잖아요. 이미 없는 별일 수도 있고요. 저는 그 사실이 너무 아련하고 좋은 거예요. 내가 유일하게 과거를 ‘육안’으로 목격할 수 있는 게 별이구나. 흘러간 과거는 더 이상 되돌릴 수도 만날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별빛을 본다는 사실 자체가 신비로워요. 천문학자라는 직업을 떠올렸을 때 일반인들이 보기엔 ‘별을 보는 사람’이니까 굉장히 낭만적이고 행복하겠다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박사님 에세이를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심: 그렇죠. 실상은 항상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하늘을 맨눈으로 볼 일은 잘 없고 (웃음) 이야기를 들어보니 별을 자주 보실 것 같아요. 특별한 천체 현상을 보신 경험이 있나요?

김: 오로라를 보러 노르웨이랑 핀란드까지 가기도 하고 사막에서 별을 본 적도 있어요. 오로라는 보면서 울었습니다. 울었던 이유는 제가 하는 일이 쓸모없이 느껴져서였어요. 제가 하는 일은 미술이고 미술이라는 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것 앞에서 내가 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 이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그린 게 소용이 없게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을 무용하지 않게 하려면 ‘이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어 어떻게든 나아가야겠다’ 다짐했던 기억이 나요.

심: 저는 육안으로 별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도시를 벗어나야만 제대로 별을 볼 수 있잖아요. 어릴 때는 관심이 없었고 커서는 그렇게까지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작가님이 경험하신 일화가 저에겐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라 할 수 있어요. 제가 별을 보다가 느낀 감동은 조금 다른 종류인데요. 대학교 1학년 때 건물 옥상에서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별이 움직이는 게 보였거든요.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별이 이동하는 걸 직접 목격한 날이었어요. 단 몇 개의 별만 겨우 보이는 정도였지만 그게 잠깐 사이에 움직였고, 이 움직임을 생각해보니 내가 몇 분이나 누워있었는지 계산과 맞아 떨어졌어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가 일치한다는 것을 체감했을 때. 어떤 시각적인 아름다움보다도 우주의 움직임을 우리가 제대로 기술하고 있구나 처음 느꼈을 때가 제가 천문학을 전공하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김: 이번 전시 제목을 '아스트롤라베'로 한 이유는 어원이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에요. ‘별을 붙잡는’ 도구라는 뜻인데 제가 그림을 통해서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꿈을 쫓는 일이거든요. 사람들이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라고 가능성을 탐색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업이기도 해요. 그래서 ‘별을 붙잡는 도구’라고 했을 때, 그게 나에게는 뭘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별을 붙잡는 도구는 그림이고 작업을 하는 일이구나.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아스트롤라베는 무엇일까 질문하게끔 하고 싶었어요.

심: 저는 특히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시는 분들이 부러워요. 그리는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시간을 유용하게 붙잡을 수 있을 것 같고. 저 같은 경우에 글쓰는 일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거든요. 그냥 단어 몇 개만 쓸 때도 있고. 세미나가 있을 때도 그날의 공기, 발표자의 말하는 톤, 듣는 사람들의 표정 같은 것들을 끄적일 때가 있어요. 저는 생각이 많아서 생각하면 바로 쓰는 편이고 쓰면서 생각하고 있어요. 약봉지 뒷면, 카페 냅킨, 회의록 밑 작은 구석들에 그런 생각들이 기록되어 있고 보통은 따로 보관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버릴 때도 많고요. 그림은 아무 때나 그릴 수 있나요?

김: 사실 저도 여행지에서는 그림보다는 글로 기록해요. 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미래의 저에게 보내는 단서가 되더라고요. 말로 할 것을 글로 풀어서 쓰면 훨씬 솔직해지잖아요. 써놓은 글을 보다 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깨닫게 되는 지점들이 있고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 도구란 점이 좋아요. 사진보다도 정확하다고 생각하고.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사진보다는 필름 카메라를 선호해요. 찍을 수 있는 장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꾹꾹 눌러쓴 편지 같아서 한 장 한 장에 그때의 기억과 기분을 분명히 떠올릴 수 있어요.





과학이라는 위로, 미술이라는 용기


김: 저는 과학에서 굉장히 위안을 많이 받아요. 사는 데 있어서. 사실 모든 종류의 두려움은 무지에서 오잖아요. 작업할 때 책을 들으면서 작업하는데.. 박사님 책도 작업하면서 들었거든요. 제가 듣는 분야가 대부분 기초과학, 혹은 다양한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최근에 들었던 책들은 청소부와 시체처리반, 콜센터 직원에 관련된 것이었어요. 세상에 제가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게 위안이 되는 거예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세상에서 조금씩 진실을 알아간다는 것. 그래서 박사님의 직업과 하시는 일이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지구가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는 사실, 유리가 멈춰있는 게 아니라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 이렇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박사님은 어디서 위안을 얻으실까요.

심: 천문학 교과서에서 위로가 될 수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에 대한 건데요. 인공위성은 정해진 궤도에 오르고 나면 계속 동일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돌거든요. 근데 이게 사실은 계속 추락하고 있는 거예요. 물건을 던지면 떨어지듯이. 떨어지고 있지만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추락하는 만큼 계속해서 궤도를 도는 게 되는 거죠. 추락하지만 궤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 단순한 사실이고 현상일 뿐이지만 그런 데서 얻는 묘한 위안이 있죠. 물리라는 것도 사실 세상 모든 물질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해석하는 학문이잖아요. 탁자와 컵이 주고받는 상호작용과 별과 별이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결국 같은 원리인 것. 별을 보는 행위가 천문학의 시작이라면 인간 이전의 동물들도 별을 보았기 때문에 지구상 가장 오래된 학문일수도 있다는 것. 보통 이렇게 교과서 머리말에 적힌 학문의 근본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아요. 천문학에서는 몇십 억 년 전의 사건들을 바로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고 아주 먼 미래에 대해서도 내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우주가 인간의 현실과 갖는 괴리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EDITOR 조희연 DESIGNER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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